Mobility Transformation

[기고] 자율규제로 해결하는 법인차 사적 남용

법인차의 무분별한 사적 사용을 막기 위해 도입된 '연두색 번호판'은 행동경제학의 '너지(Nudge)' 효과를 활용한 자율규제 방식입니다. 강제적인 단속 대신 이용자 스스로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이 제도가 사회적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

David Kim
By David Kim
Published on 2023-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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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율규제로 해결하는 법인차 사적 남용

문제의 시작은 슈퍼카였다. 법인 명의의 국산 중형차를 보고 법인차가 문제라고 지적할 사람은 많지 않다. 어떤 차가 법인차인지 구분할 수도 없기에 슈퍼카가 아니었다면 일반 국민이 법인차의 감가상각 및 운행기록부 작성 여부에 따른 최대 경비 한도 등을 굳이 알게 될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 슈퍼카 4192대 가운데 3159대가 법인 등록 차량이라는 통계는 그 속사정을 이해할 심적 여유를 갖지 못하게 만든다.

국토교통부가 고민한 법인차 번호판 제도가 사적사용이 아니라 ‘무분별한 사적사용’ 방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미다. 물론 제도의 취지가 고가차량이라는 점에만 한정되어서는 곤란하다. 소형차든, 중형차든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되는 법인차 모두가 대상이다. 어떤 법인은 슈퍼카의 사용이 반드시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법인차 번호판 제도는 이러한 불필요한 오해를 줄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명찰효과에도 불구하고 이목을 끄는 고가 차량의 운행이 계속된다면 설명할 수 있는 사업상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그간 눈에 띄지 않는 소형, 중형의 법인차들이 취지에 맞지 않게 운행되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공무원 주차장 혹은 회사 주차장에 아버지 회사에 등록된 연두색 번호판의 쏘나타가 주차되어 있는 일 말이다.

사실 법인차의 사적사용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5년의 ‘법인세법’ 개정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업무전용 자동차보험 가입, 운행기록부 작성, 감가상각비 제한 등과 같은 요건이 마련됐다. 하지만 정책에는 대책이 있기 마련이다. 단속 이후 세금을 토해낼 요량으로 업무전용 자동차보험 없이 법인 돈으로 차를 구매하는 경우도 존재하고, 거짓으로 기록한 운행기록부는 검증할 방법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다. 이 모든 ‘대책’을 근절하면 속이 시원하겠지만, 과세 당국의 부족한 자원은 보다 사회적 효용이 큰 분야에 활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모두 색출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행동경제학에서 ‘너지(Nudge)’란 스스로 행동을 변화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기제를 의미한다. 연두색 번호판이라는 너지를 통해 이용자 스스로 무분별한 사적사용을 고민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행정력의 추가 투입 없이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제도가 된다. 같은 맥락에서 자율규제의 구체적 형태이기도 하다. 스스로 그렇게 행동하도록 유인을 설계하는 것이 자율규제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의 핵심인 자유가 방종이 아니듯, 자율규제 역시 경제주체에게 모든 결정을 그저 맡겨 두는 것이 아니다.

한편, 국토교통부에서 추진하는 제도가 탈세방지로 그 실효성이 평가되는 것은 어딘가 어색하다. 그렇다고 모든 짐을 과세당국에 넘긴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강제하지 않지만, 정책 수요자 스스로 바람직하게 행동하도록 설계된 이번 법인차 번호판 제도의 효과가 여러모로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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