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개인정보와 '반공유재의 비극'
개인정보 보호 제도가 오히려 데이터 활용을 원천 봉쇄하는 '반공유재의 비극'을 낳고 있다. 항공 산업의 탄생을 위해 하늘의 소유권을 제한했듯, 데이터의 공익적 가치를 위한 유연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디지털 경제시대에는 개인정보의 보호와 활용 모두 너무나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개인정보는 보호를 넘어 아예 활용되지 않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개인정보 남용 방지를 위한 제도는 아예 활용하지 않는 미활용의 인센티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보호'의 목적이 남용의 방지라면, 효과적인 보호는 적절한 활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결과는 완전한 미활용이다. 특히 개인정보 사전동의(opt-in) 방식을 취하는 국가에서 이러한 모습이 두드러진다.
소유권의 역설, 반공유재의 비극
일부에서는 **'반공유재의 비극'**이라는 개념으로 이를 설명한다. 소유권이 도가 지나치면 자원을 이용할 수도, 협력할 수도 없어 자원이 활용되지 못하는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공유재의 비극'이 소유권 부재로 인한 남용을 경고했다면, '반공유재의 비극'은 과도한 소유권 분절이 가져오는 미활용을 경계한다.
초창기 항공 산업이 그랬다. 토지 소유자가 상공의 소유권까지 주장하며 비행기 통행료를 요구하던 시절, 항공 산업은 태동조차 어려웠다. 이를 해결한 것은 정부의 개입이었다. 1926년 항공통상법을 통해 일정 고도 이상의 하늘을 공공의 영역으로 규정함으로써 비로소 비행기가 다닐 수 있는 하늘길이 열렸다. 소유권의 일부 제한이 사회 전체의 더 큰 이익을 가져온 것이다.
원칙 중심의 유연한 규제
개인정보도 반공유재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다. 보호를 위해 수많은 개인에게 정보의 소유권을 부여하고, 활용 동의를 받도록 제도가 설계됐다. 하지만 사안별로 모든 동의를 받기 위한 비용이 기대이익을 넘어선다면, 데이터는 사실상 미활용 상태에 놓이게 된다.
해결책은 이익형량이 가능한 원칙 중심의 법제도 설계에 있다. 모든 개인정보를 천편일률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맥락에 따라 보호와 활용의 균형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개인정보의 처리를 세세하고 경직적으로 규정하는 현 방식으로는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는 디지털 경제의 다양한 측면을 담아낼 수 없다.
한편 프라이버시와 개인정보는 다르다. 얼굴은 날 때부터 오롯이 나의 것이지만, 휴대폰 번호·이메일 등 개인정보는 사회구성원으로서 나를 구분하기 위한 정보다. 공익을 위한 성격이 담겨 있다는 의미다. 데이터는 쓰이고 모일 때 공익을 위한 본연의 목적을 제대로 달성할 수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임은 예나 오늘날이나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