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Transformation

[전문가 칼럼] '제2 로톡' 사태 반복 막으려면

디지털 플랫폼이 전문 서비스 시장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전문가 우회'와 '탈중개화'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전문 자격사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진단한다.

David Kim
By David Kim
Published on 20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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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제2 로톡' 사태 반복 막으려면

어린 시절 고급 코트는 부드러운 질감 외에도 소매에 'HAND MADE'라는 표식(標識:표지)이 붙어 있었다. 기계가 아닌 전문가의 손길로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지난 수세기 동안 전문가의 업무는 대부분 수작업이었다. 기성복이기보다 반맞춤형이었던 것이다. 수요자 입장에서 전문서비스는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가 수작업으로 만든 일회용 제품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기계도 전문가만큼 할 수 있는 영역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물론 변화가 급격히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법무부의 변호사 징계 취소로 사태가 일단락되고 법률 홍보 플랫폼이 정당성을 확보했듯 그 변화는 분명 시작됐다. 다른 전문서비스 분야에서 '제2의 로톡' 사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책임소재를 따져 묻기보다 변화의 배경에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전문서비스 분야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뀐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전문가 우회 현상과 탈중개화

그 첫 번째는 **'전문가 우회 현상'**이다. 과거에는 전문적 도움이 필요하면 전문가에게 의지했다. 일반인들이 모르는 지식을 알았기에 문지기 역할을 하며 문제해결을 도왔다. 하지만 디지털 세상에서는 전문지식을 다양한 방면에서 얻을 수 있다. 플랫폼 기반의 인공지능(AI) 서비스가 그중 하나다. 법조인 주요 업무였던 판례검색은 AI를 활용하면 몇 초면 충분하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의사나 변호사, 회계사가 아닌 소프트웨어 개발자, 시스템 공학자라는 사실이다. 문지기 역할의 주인공이 바뀔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디지털 시대에 전문서비스는 탈중개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중개인들이 전통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과연 온라인 서비스보다 가치 있는가에 대한 의문에 봉착했다. 가치가 없다면 중개인은 공급 가치 사슬상에 남아 있기 어렵다. 세무사, 변호사, 교수, 건축가 등 전문가들 역시 최소한 일정 부분 중개인 지위를 잃어왔다. 수요자가 보다 적은 대가로 더 나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면 라이선스를 가진 전문가라는 이유만으로 탈중개화 현상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다.

혁신과 자동화는 다르다

무엇보다 수요자의 기대가 달라지고 있다. 수요자는 전문서비스를 비싸게 느낀다. 산업 생태계는 갈수록 복잡해져 더 많은 전문 서비스를 필요로 하지만, 높아진 난도 탓에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한 방법은 '보다 저렴하게 더 많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방식으로 이를 가능케 할 방법은 없다.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혁신과 자동화는 다르다. 자동화는 전통적 모형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술을 활용할 뿐이다. 50여 년 전 ATM기의 등장을 혁신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창구기능의 자동화가 아니라 업무 시간 외에, 지점이 없는 곳에서도 금융서비스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은행과의 소통 방식이 바뀐 것이다. 전문서비스업도 이러한 관점에서 디지털 플랫폼을 바라봐야 한다.

'제2의 로톡' 사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변화를 스스로 이해해야 한다. 공급자 중심의 소통 방식을 고수하기엔 너무 많은 것들이 발전했다. 과거 수요자가 전문가에게 의존했듯, 이제는 스스로 변화하기 어려운 전문 자격사가 수요자에 의지해 문제를 해결할 차례다.

경쟁력은 경쟁에서 나온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되뇌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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