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입만 하면 '반쪽 혁신'…시스템도 뜯어고쳐야 '진짜 혁신'
인공지능 도입을 비용 절감의 수단이 아닌 가치 창출의 핵심 인프라로 바라봐야 한다. 기술 도입보다 시급한 것은 인공지능 중심의 시스템 재편이다.


인공지능(AI)이 발전할수록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지 모른다는 불안은 커져만 간다. 자동차가 말보다 빠르지만 여전히 경마 시합은 열리고, 기계의 우월함이 입증된 바둑도 예외가 아니다. 뭔가가 뛰어나더라도 반드시 대체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특정 업무를 맡길 대상을 찾는 상황에서는 감상적 태도가 끼어들 틈이 없다. 기계가 그 일을 할 수 있고 비용이 덜 든다면 분명 기계로 교체될 것이다. 경마 시합은 여전히 열리지만 말은 더 이상 운송수단이 아니다. 육체적 과업에서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듯 인지 능력에서도 기계가 인간보다 낫다면 대체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현실에서 실제 기계에 의해 대체된 과업은 극소수다. 챗봇의 역할이 커지고 기계번역에 의존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수많은 직업은 사람들에 의해 이뤄진다.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은 시대지만, 인간이 부족함을 감안하더라도 기계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는 비용 중심 사고방식으로는 인공지능을 곳곳에 도입하기 어렵다는 점을 의미한다.
비용 중심에서 가치 증대 중심으로
테크 기업을 자처하는 많은 기업은 한결같이 인공지능 시스템은 여차저차해서 인건비 절감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강조한다. 어떤 인공지능 상품이 일자리를 대체하면 연간 7000만원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 상품으로 대부분의 직원이 아니라 단지 여러 과업 중 일부만을 대체할 수 있을 뿐이라면 비용상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판단이 달라진다. 이렇게만 된다면 특정 과업 수행에서 인간보다 인공지능의 비용이 더 낮다는 점을 언급할 필요도 없다. 인공지능 수용에서는 비용 중심적 접근보다 가치 증대 중심적으로 접근해야 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과거의 기술 혁신도 다르지 않았다. 두 번째 산업혁명을 이끈 전기가 기존 증기를 대체하기까지 한 세기가량이 필요했다. 비용 중심 관점에서만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미 증기에 기반해 모든 시스템이 설계된 공장에 동력만 전기로 바꾼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았던 탓이다. 하지만 전기를 도입하면 임대료가 비싼 도시를 벗어나 외곽에서 큰 단층 구조물로 엄청난 생산성 증대가 예상되는 새로운 공장을 짓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사실을 깨닫자 전기는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스템을 뜯어고치는 '전환'의 과정
가치 증대로 초점을 바꾸자 전기의 매력도가 달라진 것이다. 즉 기존 시스템에 인공지능 기술만 도입해서는 가치 증대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 의사의 진단 중 일부를 대신하면 의사는 그렇게 확보한 시간을 환자와의 대화나 신뢰 형성에 사용할 것이라고 믿는 관점도 마찬가지다. 기존 시스템 내에서는 오히려 반대의 결과나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보수는 유지하면서도 개별 환자에게 시간을 덜 쏟는 모습이 그것이다.
인공지능 기술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이외에 다른 것들, 즉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인공지능 수단을 이용하는 의사에게 새로운 유인 체계, 교육 방법 등이 대표적이다. 기계가 진단을 맡는 세상에서는 의과대학에서 더 이상 암기를 요구하지 않고, 생물학에 대한 이해를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지 않을 것이다. 그 역할도 인공지능이 하기 어려운 환자 관리에 집중될지도 모를 일이다.
인공지능을 성장의 한계를 극복할 도구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시스템을 재편해야 한다. 기존 질서에 인공지능 기술을 덧붙여 비용을 절감하는 전략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인공지능의 활용을 두고 '전환'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인력과 보상의 재구성, 데이터와 거버넌스의 정렬, 업무 단위의 재정의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질 때 인공지능은 비용 절감의 수단이 아닌 가치 창출의 핵심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다. AI 경쟁력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인공지능 중심의 새로운 시스템을 얼마나 빠르고 정교하게 구축하는가에 달려 있다. 기업도, 국가도 시스템 중심의 사고 확장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