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비용절감 그쳐선 안돼 … 낡은 조직문화 바꿔야 생산성 올라

"정부는 2026년을 '경제대도약 원년'으로 선언하며 2% 경제성장 목표를 제시했다. 문제는 거시 지표 이면에 자리 잡은 'K자형 성장'의 고착화다."

정부는 2026년을 '경제대도약 원년'으로 선언하며 2% 경제성장 목표를 제시했다. 문제는 거시 지표 이면에 자리 잡은 'K자형 성장'의 고착화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은 두드러지지만 내수와 중소기업, 자영업은 가라앉는 형국이다. 혁신에 대한 오해도 만연하다. 산업계에서는 AI를 통해 인건비를 줄이는 일을 '혁신'이라 표현한다. 하지만 이는 비용 중심 '효율화'이지, 진정한 의미의 성장이 아니다. 국내총생산(GDP)이 오르더라도 그 과실이 소수 산업 혹은 특정인에게만 편중된다면, 시장 창조와 상호 의존성 제고를 동반한 '진짜 성장'이라 할 수 없다. 결국 '진짜 성장'은 모두의 생산성을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가에 초점을 맞출 때 구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컴퓨터 시대는 어디에나 있지만, 생산성 통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라는 40년 전 솔로(Solow)의 역설은 AI 산업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최근 전미경제연구소의 연구는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과 영국, 호주의 C레벨 임원 6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90%가 고용이나 생산성에 AI가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답했다. 자본시장도 다르지 않다. S&P500 기업 중 374곳이 실적 발표에서 AI를 언급했다. AI 투자 규모가 2500억달러를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을 제외하면 영업이익률에서 AI 도입 흔적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문제 원인은 기술에 있지 않다. 많은 경우 실패 원인 대부분은 알고리즘이 아닌 '사람과 프로세스'로 밝혀졌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분산되고 고립된 데이터 사일로, 과거 방식에 머물러 있는 레거시 시스템, 그리고 AI 특성에 맞지 않는 낡은 업무 프로세스와 확장 우선순위 부재가 원인이다. 기존 질서 위에 AI라는 기술을 덧칠하고 있는 셈이다. 에릭 브리뇰프슨 스탠퍼드대 교수의 '생산성 J-커브' 가설은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범용 기술 도입 초기에는 데이터 정비, 조직 구조 재설계, 인력 재훈련과 같은 무형자산에 막대한 자원이 집중되는 탓에 측정 가능한 산출이 줄어드는 듯 보인다. 하지만 무형자산 축적이 임계점을 돌파하면 생산성이 급등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AI를 통한 진짜 성장의 동력은 하드웨어와 알고리즘이 아닌 핵심 기능의 근본적 재설계에 있다. BCG는 AI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선도 기업들은 투자의 80% 이상을 핵심 기능의 근본적 재설계에 배분하며, 평균 3.5개의 명확한 과제에 역량을 집중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편 기업은 AI 도입에 앞서 산업 데이터의 원활한 교환과 거래를 위한 데이터 생태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AI와 인간이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조직의 평가 및 보상 체계를 완전히 개편해야 한다. 정부 정책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과 전통 산업 데이터 인프라 구축, 공정 표준화, 그리고 인력 재훈련과 같은 무형의 '보완 투자'에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 AI 실패의 원인 70%가 사람과 프로세스에 있다면, 정책과 기업 전략의 무게중심도 마땅히 기술 그 자체가 아닌 사람과 프로세스에 둬야 한다. J-커브 바닥에서 비용 절감만 외치며 허우적거릴 것인가, 아니면 근본적 조직 개편을 통해 거대한 상승 전환의 발판을 놓을 것인가. 2026년 한국 경제는 진짜 성장을 위한 중대한 분기점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