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Transformation

AI 제조혁신 핵심은 '데이터 생태계' … 산업형 맞춤모델 구축해야

AI 제조혁신의 핵심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데이터 생태계'에 있다. 데이터를 축적, 공유, 활용하는 시스템 없이는 진정한 혁신이 불가능하며, 데이터 주권 확보가 곧 제조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David Kim
By David Kim
Published on 2025-09-03
Home
AI 제조혁신 핵심은 '데이터 생태계' … 산업형 맞춤모델 구축해야

추장은 환호했다. 호텔 욕실에서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부족을 구할 묘책을 발견한 것이다. 언제든 알맞은 온도로, 원하는 만큼의 물을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벅찼다. 그렇게 추장은 수도꼭지를 잘라 가방에 숨겼다. 추장은 수도꼭지 뒤에 연결된 거대한 상수도 생태계는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오늘날 AI 기술도 이와 같다. 아무리 좋은 AI 알고리즘을 개발하더라도, 연결된 데이터 생태계 없이는 AI 기술은 생산성 향상과 무관하다. AI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데이터 생태계가 핵심이라는 의미다. 즉 데이터를 축적하고, 공유하고 활용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EU의 행보는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순환경제를 명분으로 디지털 제품 여권(Digital Product Passport· DPP)을 의무화해 원자재와 공급망, 탄소발자국, 재활용가능성 등 제품과 관련한 모든 데이터를 요구한다. 표면은 환경규제지만, DPP 없이는 유럽시장 진입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데이터를 무역장벽과 산업 주도권 확보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데이터 주권의 중요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제조 경쟁력의 핵심, '산업공유지'

한편, 데이터 생태계의 부재는 제조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제조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지만, 경쟁력 저하가 어느 임계점을 지나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제조업은 생태계가 경쟁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생태계의 구성원은 상호보완적인 역할로 제조업 전체의 경쟁력을 높여 나간다. 기술노하우나 경영능력, 전문인력, 경쟁사, 공급사, 고객사, 협력 연구개발 벤처, 대학 등이 그 주인공이다. 제조 생태계를 '산업공유지(Industrial Commons)'라고 부르는 이유다.

사람에게 내재되어 전달되던 암묵지(tacit knowledge)가 데이터 형태로 저장되면, 더 이상 물리적 제약에 묶이지 않는다. 데이터로 공유되는 제조 노하우는 산업경계를 허물고, 특정 국가가 누리던 제조 강점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시킬 수 있다. 생태계 구성원들은 상호보완적인 탓에 도움을 주고받을 상대가 사라지면 남은 구성원도 빠르게 생태계를 떠나게 된다. 데이터 주권이 제조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계열사를 넘어 생태계 차원의 전략으로

결국 AI 전환은 특정기술이나 개별 기업이 아닌 생태계 차원의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 제조업 생산성과 경쟁력은 소수의 데이터만으로 확보될 수 없다. 공급망 전체가 연결되고, 경쟁사와 협력사, 고객사, 연구기관까지 서로 데이터를 공유하고 거래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생태계가 작동한다. 생태계 안에서는 각 참여자가 공유를 통해 '사적 이익'을 얻고, 동시에 전체가 살아남는 '사회적 이익'이 보장된다.

우리 제조업의 현실은 너무 다르다. 계열사 간은커녕 부서 간에도 데이터 사일로가 심각하다. 중소기업은 인프라와 비용 부담으로 참여를 꿈도 꾸지 못한다. 데이터가 부족하면 아무리 좋은 AI 기술이 도입되더라도, AI 제조 혁신을 만들 수 없다. EU의 DPP 규제가 전 산업으로 확산될 경우, 데이터 생태계에 편입하지 못한 기업은 유럽 시장 전체를 놓칠 가능성도 존재한다.

데이터 주권이 곧 AI 주권이다

산업 데이터 생태계 구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반도체·조선·철강·바이오와 같은 주력 산업 중심의 '한국형 산업데이터 스페이스'도 고민해볼 수 있다. 동시에, EU의 GAIA-X나 일본의 우라노스-X와 같은 데이터 거래 원칙 설계도 필수적이다. 거래를 신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데이터 공유를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기회로 인식할 수 있다.

AI 전환은 데이터 없이 불가능하다. 도구로서 AI는 빌려올 수 있지만, 노하우가 담긴 데이터는 돈으로 해결할 수 없다. 각자의 데이터가 서로에 도움이 될 때 거래를 통해서만 확보할 수 있다. 산업 공유지가 데이터 생태계로 재편되는 지금, 기술 중심의 사고에서 데이터 중심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AI 주권은 데이터 주권으로 완성된다.

Share this thou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