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이야기] 120. 디지털 시대, 넘치는 정보에도 신뢰가 어려운 이유
디지털 전환으로 정보가 객관화되고 수량화되었지만, 진정한 신뢰를 구축하는 일은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버니 메이도프의 사례는 우리가 맹목적인 신뢰가 아닌, 능력과 정직을 바탕으로 한 '신뢰성'에 주목해야 함을 일깨워줍니다.

![[4차 산업혁명 이야기] 120. 디지털 시대, 넘치는 정보에도 신뢰가 어려운 이유](/images/4th-industrial-121.jpg)
신뢰가 클수록 좋을까. 영국 상원의원이면서 철학자이자 케임브리지대 교수인 오노라 오닐이 TED 강연 '신뢰에 대한 오해들'에서 제기한 의문이다. 그는 사회 전체가 신뢰를 잃었고,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단순화된 믿음에 이의를 제기했다. 신뢰를 회복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목표이며, 그보다 신뢰성 있는 대상을 더 많이 신뢰하고, 신뢰성 없는 대상을 신뢰하지 않는 목표를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뢰와 신뢰성
분명 신뢰와 신뢰성은 다르다. 단순히 '믿음이 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보편적인 신뢰를 부추기는 방법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사람들은 탐욕에 사로잡히면 무턱대고 믿으려 하기 때문이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폰지 사기로 유명한 버니 메이도프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인 '폰지 사기'로 수십 년에 걸쳐 650억달러(약 66조원)의 돈을 횡령했다. 메이도프에게 돈을 맡긴 사람은 수많은 유명인사였다. 스티븐 스필버그, 뉴욕메츠 구단주인 프레드 윌폰, 제너럴모터스(GM)의 금융 자회사인 GMAC의 에즈라 머킨 회장 등이다. 메이도프는 장기간에 걸쳐 차근차근 명성을 쌓았다. 너그럽고 자선활동을 많이 하고, 유명인들처럼 롱아일랜드와 팜비치의 컨트리클럽과 유대인 사교계에서 활동했다. 그는 누구보다 믿을 만해 보이지만, 신뢰의 피해는 매우 컸다. 신뢰가 아닌 신뢰성이 중요한 이유다.
신뢰성의 근거
많은 신규 투자자는 메이도프의 고객 명단에 부자와 유명인 그리고 그의 친구와 가족 명단이 있는 것을 보고 그를 신뢰했다. 관계의 단서가 자동으로 신뢰를 끌어낸 것이다. 이러한 신뢰는 매우 위험한 상황을 초래했지만, 온라인을 통한 사회적 연결이 활발한 오늘날 관계의 단서가 신뢰에 주는 힘은 보다 커지고 있다. SNS가 대표적이다. 인사담당자들은 지원자의 SNS 인맥을 살펴 그 사람을 평가하기도 하고, 친구 수가 너무 적으면 위험신호로 간주하기도 한다.
신뢰성은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오는가에 관해 레이철 보스먼은 《신뢰 이동》을 통해 능력, 신뢰도, 정직이라는 요소를 꼽는다. '능력'은 어떤 사람이 어떤 일을 얼마나 잘할 수 있는가를 의미한다. '신뢰도'는 상대가 약속한 일을 일관되게 해줄 것임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정직'은 진실성과 의도에서 나온다. 상대가 나에게 보이는 관심과 동기는 무엇인지, 목적이 일치하는지 판단하는 과정에서 신뢰성이 형성된다.
변함없는 신뢰 시스템
디지털 전환을 통해 신뢰의 틈새는 많이 메워졌다. 신뢰성을 측정하기 위한 정보가 정확하고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1993년 "인터넷에서는 아무도 네가 개인지 몰라"라던 시대에서, 이제는 메타데이터 분석 결과 견종까지 의심받는 시대로 변했다. 디지털화된 정보는 신뢰를 수량화하고 객관화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는 전체 신뢰 과정의 아주 일부일 뿐이다. 디지털화로 다양한 정보 수집이 가능하지만, 베이비시터를 만났을 때 느낌이 좋지 않으면 수집된 정보와 무관하게 돌려보낼 것이다. 해석의 주체는 여전히 인간이기 때문이다. 비대면 거래가 일반화되어 신뢰가 보다 중요해지는 디지털 전환의 시대, 기술과 인간의 시너지를 통한 진정한 신뢰 판단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