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이야기] 03. 인류의 혁신은 끝나지 않았다
혁신은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는 과정이 아니라 기존의 기술들이 재조합되는 과정이다. 디지털 기술이라는 범용기술이 모든 것을 데이터화하면서, 인류의 혁신은 고갈되지 않는 새로운 원천을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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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부모 세대의 생활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는 첫 번째 세대가 될 것이다.” 『미국의 성장은 끝났는가』의 저자 로버트 고든이 혁신 속도가 늦춰진 미국을 연구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경제학자 타일러 코웬 역시 비슷한 의견을 제시한다. 지난 300년간 낮게 달린 과일을 따먹으며 풍족하게 살았지만 최근 40년 동안 낮게 달린 과일은 사라지기 시작했고, 나무가 생각보다 헐벗은 상태라는 것이다. 즉, 혁신이 고갈됐다는 주장이다.
재조합의 혁신
하지만 혁신에 관한 상반된 주장도 존재한다. 2010년 노벨물리학상은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graphene)'을 발견한 연구자들에게 수여됐다. 그들이 흑연에서 0.35㎚에 불과한 그래핀을 분리해낼 때 사용한 도구는 바로 '스카치테이프'였다. 일상적인 물건도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되자, 즉 재조합되자 혁신이 탄생했다.
복잡계 경제학의 브라이언 아서는 『기술의 본성』을 통해 발명은 기존에 있는 것들 속에서 찾아내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폴 로머 역시 경제성장은 자원을 더 가치 있는 방식으로 재배치할 때마다 이뤄진다고 보았다. 이들에게 혁신은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는 과정이 아니라 기존의 기술들이 재조합되는 과정이다. 수많은 가능성으로 인해 혁신은 결코 고갈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범용기술로서의 정보통신기술
과거 세 차례의 산업혁명을 이끈 증기기관과 전력과 같이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범용기술'이라고 정의한다. 정보통신기술(ICT)은 현대의 범용기술로서 기존에 존재하는 아이디어를 재조합해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는 도구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기계들의 조합이었던 자동차는 디지털 기술과 만나 자율주행차로 발전했고, 사회 구성원 간의 만남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탈바꿈됐다. 아날로그 필름 사진은 디지털 기술과 만나 인터넷을 통한 즉각적인 공유가 가능해졌다. 디지털 기술이 다양한 기술의 재조합을 이끄는 범용기술로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화와 사물인터넷
이런 재조합 혁명의 이면에는 '디지털화'라는 현상이 있다. 디지털화는 정보를 비트의 흐름으로 부호화하는 것, 즉 모든 정보를 0과 1로 바꾸는 과정이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등장으로 이러한 디지털화는 전 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작은 센서가 사물에 부착되자 사물의 행동 정보가 모두 디지털 언어로 변환되어 전송된다. 이전에는 재조합될 수 없다고 여겨지던 움직임들이 결합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체온 정보가 에어컨으로 전송되어 온도를 자동 조절하고, 채광 정보가 조명으로 전달되어 조도를 조절하는 식이다.
인류의 혁신은 계속된다
4차 산업혁명은 디지털화와 재조합 혁신을 가능하게 한 디지털 기술이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재조합 가능성이 무한히 많아진 만큼, 더 많은 사람이 이 과정에 참여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해결하지 못한 난제들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여 해결책을 찾았듯, 디지털화가 중심이 된 재조합 혁신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결코 고갈되지 않는 혁신의 원천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