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이야기] 08. 지능형 기계 많아질수록 기계·인간 협업이 더 중요해져
체스 그랜드마스터가 기계의 조언을 듣는 '자유형 체스'처럼,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기계와 얼마나 잘 협업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계와 손잡는 자는 기회를 얻고, 밀려나는 자는 생존 경쟁에 직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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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체스는 기계가 넘볼 수 없는 인간만의 영역이었다. 초기 모델에 해당하던 벨(Bell)이라는 체스 기계는 승수를 챙기기는커녕 작동이 멈추는 일도 다반사였다. 하지만 약 20년 뒤인 1997년 IBM의 슈퍼컴퓨터 딥블루(Deep Blue)는 체스 챔피언이던 가리 카스퍼로프를 2승 3무 1패의 성적으로 꺾을 만큼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체스는 인공지능의 초파리이다”라는 말을 통해 체스가 인공지능의 전체상을 엿볼 수 있는 도구임을 강조했던 알렉산더 크론로드(Alexnder Kronrod)의 말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기계 역할의 변화: '자유형 체스'의 탄생
과거 전통적인 체스 대회는 체스 그랜드마스터만이 참여할 수 있었다. 즉, 체스 대회는 사람만이 참석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기계에 의해 최고의 선수가 패배하자, 체스 게임의 형태가 바뀌기 시작했다. 1990년 후반에 이르자 경기 중간에 그랜드마스터가 기계의 조언을 구하는 형식의 게임이 등장했다. 이를 **'자유형 체스(Freestyle chess)'**라고 이름 붙였다. 사람과 기계가 한 팀이 되어 서로의 불완전함을 보완해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방식이다.
2000년 초반이 되자 자유형 게임은 사람의 체스 실력에 의해 승패가 갈리지 않았다. 그보다는 컴퓨터의 프로그램 작동 방식을 잘 이해하는 선수가 게임에서 승리할 확률이 높아졌다. 2005년 시작된 자유형 토너먼트에서 우승자는 체스 실력이 체스 동호회 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두 미국인 청년들이었다. 이들이 러시아의 체스 그랜드마스터를 꺾은 비결은 기계가 수행하는 체스 게임 전략을 완벽히 이해하고 활용했기 때문이었다.
지능형 기계의 등장과 일자리의 변화
오늘날의 인공지능은 이제 갓 인간을 보완하기 시작한 단계이지만, 기계와 인간의 협업으로 인한 변화들은 이미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특히 2009년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은 경기 침체기에 인력을 줄이면서 그 빈자리를 기계와 기존 인력의 협업을 통해 보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근로자에게 요구하는 능력의 변화를 초래했다. 즉, 기계와 협업할 수 있는 노동력이 필요해진 것이다. 지능형 기계를 다루고 협업할 수 있는 사람들은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이들인 경우가 많아 일자리 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경제학자 타일러 코웬은 자신의 저서 『Average is over』에서 기계에 의해 대체되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제로 한계생산물 노동자'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음을 경고했다.
취업 시장의 근본적 변화
지능형 기계와 인간의 하모니가 빚어낼 노동 시장의 변화는 근본적일 것이다. 고용주의 소득은 늘어가고, 직장에서의 업무는 보다 목표지향적으로 변하며, 기계와 협업이 가능한 근로자는 큰 이득을 보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다. 전공이 무엇이든, 관심사가 어디에 있든 우리가 4차 산업혁명으로 표현되는 디지털 경제의 속성을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이유이다.